소비자 주권시대의 본격 개막을 의미하는 제조물책임(PL)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00년 1월 법 제정 후 2년반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PL법은 기업 경영환경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의 안이한 대응으로 PL법 시행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부작용만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PL법은 제품 결함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기업의 과실이 없었더라도 무조건 이를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만큼 제조업체의 책임이 무거워지며, 기업 경영의 위험성이 커진다. 일본의 경우 1995년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소비자 소송건수가 전년보다 2배로 늘어났다. 또 미국에서는 PL소송으로 세계 최대 석면회사가 파산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사내 전담조직을 갖춘 회사가 1%도 안될 정도로 대책이 없는 상태다. 또 그나마 PL 대비책이라는 것도 제품 사용설명서에 주의·경고 문구를 넣고, 피해배상 보험에 가입하는 정도가 고작이어서 PL법 시행의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는 정부가 법 공표 후 2년 이상 허송세월하다 지난 4월에야 업종별 PL센터 설립·운용 지침을 만들었을 정도로 늑장대응한 탓이 크다.
PL 제도는 1990년대 들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된 상태여서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 기업과 제품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또 PL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들이 제품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하는 풍토가 조성될 경우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망된다.
출처: 조선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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